1. 대학 입학을 위한 꼼수, <수능 이민>
高考移民[gāokǎo yímín]
대학 입시를 위한 이주.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호적 소재지를 옮기는 행위 또는 행위자.
2.
중국의 대입 고사는 가오카오高考라 부른다. 매년 6월 7일~9일은 가오카오 기간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상하이 지역은 한달을 미뤘지만, 거의 전 지역에서 그 기간이면 가오카오를 본다. 가오카오 기간에는 온 나라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단 3일간 치러지는 가오카오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땅덩어리도 넓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과 예외적인 변수가 많다. 특히, 교육 자원의 불균형 탓에 각 지역별 교육 제도는 무척 복잡다단하다. 예를 들면, 수험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과 진학지표가 지역마다 다르다 보니 가오카오 문제를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어 출제한다. 즉, 대도시와 같이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에 비해 낙후된 지역의 가오카오 시험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장치는 불평등한 교육 상황을 다소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는 지역 할당제와 같은 가산점을 주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적인 장치를 한다 해도 교육이란 중대한 문제 앞에서는 늘상 제도적 허점을 노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능 이민’이다.
가오카오는 반드시 자신의 후코우(户口) 소재지에서 치러야 한다. 후코우란 우리나라로 치면 호적소재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이사를 간다고 해서 후코우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각 지역의 후코우 정책에 따라 일정 점수를 획득해야만 그 지역의 후코우를 얻을 수가 있다. 원래 도시의 인구 유입 억제를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대도시의 후코우를 얻기란 지금도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런데 이런 후코우 정책을 오히려 악용한 것이 ‘수능 이민’이다. 가오카오를 목적으로 고등학교 기간에 후코우를 일부로 후진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오카오 문제가 쉬울 뿐만 아니라 지역 할당제까지 챙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발각되면 입학자격 취소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수능 이민자들은 해마나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샤오닝은 닝샤(寧夏) 지역의 수험생이다. 중국의 서북부 회족 자치구인 닝샤는 교육자원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다른 지역보다 수능 점수가 낮다. 이런 장점을 십분 이용한 효녕이는 부단한 노력 끝에 중국의 일류 대학에 합격하였다.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샤오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후 대학으로부터 입학 취소 통지를 받았다. 거짓말 같은 일에 샤오닝도 가족도 몰래 카메라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학교측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었을 때 가족들은 올게 왔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원래 샤오닝은 원래 후코우가 허난 지역이었다. 그런데 허난의 가오카오 경쟁이 어느 지역보다 치열하기 때문에 샤오닝의 부모는 샤오닝의 후코우를 닝샤로 바꾸고 그곳에서 공부를 하게 한 것이었다.
샤오닝이 '수능 이민'을 택한 것은 대학 입학을 위한 꼼수였다. 하지만 이 비이성적인 행동 때문에 찰나의 기쁨은 평생의 낙인으로 남게 되었다. 입학 취소가 되었을 뿐 아니라 내년 가오카오를 다시 봐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더라도 그의 위법 행위는 그의 일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3.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고 싶고, 지름길을 찾으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꼼수나 지름길이 정말 도움이 될까? 내가 대학 입시를 치렀던 당시에도 말 타고 좋은 대학 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엄마아빠, 심지어 할아버지 찬스를 쓰면서 꼼수를 부리는 아이들이 내 때보다 더 많아졌다. 그렇지만 단언하건데 그런 꼼수는 비록 쉬운 시작이 될 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헛걸음이 될 것이다. 한번의 꼼수는 습관적인 핑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진실보다 포장된 삶을 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이런 꼼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면 3무 (인맥, 배경, 경제력이 없는) 학생은 점점더 상대적으로 불공평과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런 세상을 생각하면 괜스레 화가 난다. 수능 이민이 아니라 다른 별나라에 이민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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