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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학생 추천 제도, 빠오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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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하니 2023. 8. 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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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수학생 추천 제도,

빠오쏭 保送빠오쏭 [ bàosòng ]

상부에 보고함과 동시에 인원을 선발하여 보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 학교의 추천 자격을 획득한 학생은 입학시험에 참가하지 않고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입시 경쟁을 면제받은 빠오쏭 학생들은 모든 수험생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2.

빠오쏭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학교장 추천 입학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학교장 추천 입학 제도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정한 기준에 의해 빠오쏭으로 선발된 학생은 학교의 추천 자격을 획득하여 입학 필기시험에 참가하지 않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성급省级 우수 학생이나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 각종 대회 수상자 및 운동 선수, 외국어 학교 학생, 국가 보훈 대상자 자녀 등이 빠오쏭 대상자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 입학 시험뿐만 아니라 등록금을 비롯 학비까지도 면제되는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매년 졸업 학기가 되면 학과마다 한 명씩 빠오쏭을 선정해야 한다. 사실 빠오쏭 선정 은 각 학교나 학원마다 기준이 다르다. 우리 외국어학원의 경우, 성적 우수자를 빠오쏭으로 선발할 때, 4학년 동안의 성적에다 논문이나 외부 대회 수상 실적 등을 모두 점수로 환산해 그 중 가장 점수가 높은 학생을 빠오쏭으로 추천한다. 학원에서 빠오쏭 후보로 추천을 하면 학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 거의 추천된 학생을 빠오쏭으로 결정한다. 우리 학과에서는 거의 대부분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이 빠오쏭으로 선정되었다. 올해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했다. 그런데 별안간 학원이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 빠오쏭으로 선발된 우리 학과 O학생의 제출 서류에 문제가 발견되어 빠오쏭이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문제를 제기한 이가 다름아닌 우리 학과 K학생이라는 것이었다. K학생은 평소에 성적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도 좋고,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착한 학생이라 학과의 교수님들도 모두 높게 평가하는 이른바 삼호 학생(三好学生,중국에서 지, 덕, 체 세 방면이 우수한 학생을 부르는 호칭)이다. 더구나 K학생은 내 논문 지도 학생이라 나와 매우 친분이 두터운 편이었다. 그런 K학생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의 전말은 대략 이랬다. O와 K학생은 성적이 막상막하였다. 소수점 단위로도 거의 차이가 안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O학생은 빠오쏭으로 선발되기 위해 외부 영어 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을 추가해 제출했다고 한다. 결국 O학생이 빠오쏭으로 선발되었다. 자신이 선발될 거라 생각했던 K학생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결과가 발표된 즉시 K학생은 외국어학원 사무실로 달려가 O학생의 서류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과의 당락을 판가름한 그 외부 영어대회를 문제삼은 것이었다. 빠오쏭 선발 기준에 따르면 외부 대회 수상 실적으로 인정되려면 반드시 권위있는 기관에서 정식으로 개최한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그런데 O학생이 참가한 대회는 사설 영어 기관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이 대회 실적은 점수로 인정할 수 없었다. 이를 알게 된 학원에서는 즉시 회의를 열어 문제가 된 O학생의 빠오쏭 자격을 취소하고 대신 2등이었던 K학생을 빠오쏭 명단에 넣게 된 것이었다.

 

3.

절차상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학과의 빠오쏭 선발은 결국 원칙에 따라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준에 미달하는 수상 실적을 넣은 학생과 또 그것을 밝혀내 자신의 권리를 기어코 되찾은 학생 둘 다 모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O학생 대신 빠오쏭이 된 K학생은 베이징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 시험을 면제받고 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축하나 인정을 받지 못했다. K학생에게 빠오쏭을 뺏긴(?) O학생은 뒤늦게 대학원 입학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결국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O학생은 대학원 진학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O학생의 자업자득이다. 그런데도 인생의 큰 관문 앞에서 실패를 겪은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많았다. 빠오쏭, 대학 생활을 가장 잘, 열심히 보낸 이들에게 주어진 달콤한 선물이다. 하지만 올해는 쓰디쓴 열매로 변질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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