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지따쉐, 불안과 허영이 키운 학위 장사
예지따쉐 野鸡大学[yĕjī dàxué] 엉터리 대학. 무허가 대학. 학위 공장
예로부터 머리가 나쁜 이를 '닭대가리'라고 불렀다. 닭 중에서도 야생닭을 내세운 대학이라, 엉터리 대학을 일컫는 용어로 딱이다.
2.
대통령 부인의 학위 표절 문제가 연일 논쟁이 되고 있다. 누가 봐도 표절이 명백한 데다 표절당했다고 주장하는 원 논문 저자까지 나선 상황이지만 권력을 움켜쥔 이들의 위세 덕분에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그냥 넘어갈 기세다. 이런 표절을 용인하고 권력 앞에서 비겁하게 숨어버린 국민대는 학위 장사하는 예지따쉐로 손가락질 당해도 마땅하다.
사실 그동안 대학이 학위 장사를 해온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위 장사를 미끼로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들을 유치하는 것이 대학 재정을 불리는 손쉬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후난湖南 샤오양邵阳 학원이 1800만 위안에 필리핀 대학 박사 23명을 영입하였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학교 당서기가 해임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네티즌 수사대들이 본격적 수색에 나서면서 예지따쉐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었다. 그 중 허베이河北성 찡타이邢台 학원 사건이 가장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찡타이邢台 학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공개채용 희망자 명단이 문제였다. 네티즌들은 그 명단 중 여성 박사 13명이 모두 한국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속성 박사'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속성으로 학위를 남발하여 예지따쉐로 지목된 것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이었다. 게다가 우석대학교, 전주대학교 등과 같은 지방대학교가 학위 장사를 한 예지따쉐로 불명예스럽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예지따쉐는 엉터리 대학, 학위 공장이라고도 하지만 클레이든대克莱登大学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중국의 유명한 작가 쳰중슈钱钟书의 소설《웨이쳥围城》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책에는 엉터리 사기꾼 학교인 클레이든대克莱登大学가 나온다. 클레이든대는 외국 교육 상황을 잘 모르는 중국 학생들의 약점을 틈타 사기성 포위망을 구축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는 중국의 브로커와 결탁해 유학 시장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1947년에 쓰여진 이 책은 이미 고전이 되어 책장 속에 꽂혀 있지만 책 속에 나오는 클레이든대克莱登大学는 갈수록 진화하며 살아 숨쉬고 있다. 인간의 허영과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것을 미끼로 한 학위 장사는 언제나 이익이 남을 것이므로.
3.
무엇보다 중국의 학교 구조에서는 당분간 이런 학위 장사를 하는 예지따쉐가 없어질 수가 없다. 중국은 1958년 일부 대학에서 교수 등급제를 없애고 일반 강사·조교·부교수·교수를 교원이라고 통칭했다. 1966년에는 대학 졸업 고사 제도를 자본국가의 찌꺼기로 치부하고 대학생들에게 졸업 논문조차 쓰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대학 교육 자체를 강등시키는 조치를 취하며 교육과 교육자들을 탄압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후 1977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부활하면서 대학의 발전은 다시 궤도에 올랐지만 이미 뒤처진 교육 현실을 바로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985 대학, 211 대학과 같이 21세기 세계적 추세에 맞는 대학을 건설하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단과대학에서 대학으로 승격된 대학은 300개가 넘고 박사 수는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났으며, 339만 7000여 편의 논문이 등재돼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국내 대학들은 질 낮은 해외 유학생 유치에 혈안이 돼 있지만 지난해 미국 사이언스 재단에 따르면 수준 높은 중국인 박사 중 79.4%가 해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대학의 자원 배분은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올해 발표된 대학 경비 지원 순위에서 칭화대·베이징대·저장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모두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들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이 지원받은 예산은 다 합쳐도 10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예산의 불균형,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수와 엄격해지는 교육부의 요구. 이런 현실에서 대학마다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단기간에 외적 팽창을 이룰 수 있는 자구책으로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박사, 즉 인재 영입이다. 이때 박사는 국내 해외 가릴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학위를 사서라도 박사를 만들어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육부의 외적 요구를 채워야 적은 예산이라도 지원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수요와 공급의 매커니즘으로 학위 장사를 하는 예지따쉐는 언제어디서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아탑, 원래는 현실도피적인 학구 태도를 일컫던 말이었다. 이젠 현실을 도피하면 도태되는 세상이 되어 상아탑도 그 고고한 의미를 잃고 한낱 종이 쪼가리를 찍어내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런 상아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내가 어쩐지 부끄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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