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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 하나, 공 하나로 세상을 스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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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하니 2023. 9.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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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전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하나.

앳되고 까무잡잡한 얼굴의 선수가 테니스 코트에 들어섰다. 그는 그곳에 도통 어울리지 않는 대나무 광주리를 메고 있었다. 광주리에 든 테니스 채와 그의 수줍은 웃음이 함께 앵글에 잡혔다. 중국 윈난성 시골 마을에서 온 이 어린 소년 왕파(王發)가 사진의 주인공이었다.

테니스 소년 왕파- 신화통신

2.

14살 소년은 윈난성云南省 린창临沧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소수 민족인 와족() 출신으로 세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가 사는 곳은 테니스라고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깡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작은 테니스 클럽에 놀러 갔다가 클럽 코치의 눈에 띄어 8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소년은 작지만 단단한 체구에 끈기와 폭발력이 뛰어났다. 잘만 키우면 크게 성장할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테니스를 하기엔 집안 형편이 따라주지 않았다. 가난한 부모는 아이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기로 결심했다. 갖은 고생을 하며 아이의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집을 떠나 쿤밍으로 나가 소년은 본격적으로 테니스에 매진하였다. 집도 그립고 부모님도 보고 싶었다. 눈물로도 그리움은 쉬 씻기지 않았다. 그래도 연습은 정직한 법, 테니스 공에 힘이 점점 실리고, 스매싱도 날카로워졌다. 아이는 그런 부모님의 기대를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어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결국 22 ASICS 주니어 테니스 투어에서 소년은 U14조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그 금메달 소식보다 광주리를 멘 소년의 사진이 더 화제가 되었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보지 못했던 소년은 뒤늦게 자신이 인터넷의 스타가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 정직해 보이는 미소를 띈 소년 왕파, 광주리를 등에 메고 있는 소년에게 기자가 물었다.

이건 뭔가요?”

, 이거요. 어떤 아저씨가 고향에서 갖고 오셨다고 주신 거예요.”

왜 그걸 메고 있냐고 묻자 소년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집이 너무 그리웠어요. 이렇게 광주리를 메니 유달리 친근함이 느껴졌거든요.”

소심하고 수줍은 많던 깡촌 마을 소년. 그러나 테니스는 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깡촌을 휘젓고 놀던 튼튼한 다리와 아무리 먼 거리도 힘차게 내달릴 수 있는 심장은 그의 힘이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체력과 끈기는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하나씩 쟁취하는 승리로 그는 이제 수줍은 미소를 털어버리고 활짝 웃게 되었다.  그는 페더러처럼 스매싱를 날릴 수 있다면 정말로 오래오래 신이 날 것이라면서 오늘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젠 동생도 형처럼 테니스 라켓을 들고 같이 운동을 한다고 한다. 두 형제에게 테니스는 깡촌에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스매싱이 되었다.

 
3. 

왕파가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광주리를 덕분이다. 그럼에도 왕파는 잠깐 스쳐가는 서프라이즈같은 아이가 아니다. 광주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왕파의 순수함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왕파를 보며 때묻은 나와 나같은 세상 사람들을 생각한다. 당연히 이렇게,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틀에 박힌 답답함과 그것만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세속적인 생각.

무엇보다 그의 사진 속에서 '헝그리 정신'을 생각한다.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우리팀이 완패를 하였다. 그때 우리는 선수들에게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비난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대회의 '라면 소녀' 임춘애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이제 헝그리한 절박성이 없어진지 오래다. 너무나 풍요하고 편리한 세상에서 광주리 소년 왕파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금 모자르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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